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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에 깃든 생명들 날 좀 봐요, 봐요! ㉚ 버들강아지

입력 : 2017-03-27 17:27:00
수정 : 0000-00-00 00:00:00

 
㉚ 버들강아지
 

‘봄이 어디만큼 왔을까?

털모자 쓰고 봄 마중 나온’   버들강아지



 

일년 열두 달을 아이들과 자연에서 지낸다. 그러다보면 이 계절에서 저 계절로 옮겨가는 사이 계절을 만난다. 그 사이계절에 늘 아이들과 하는 놀이가 있다.

 

계절마중이랄까!

어른인 우리는 늘 그 계절인 줄 알고 있다가 문득 뭔가 다른 기운을 느낄 때가 있다. 그럴때 ‘아! 봄이 오나 보다’ ‘아! 가을이 오나 보다’ ‘아! 겨울인가 보다’ 한다. 물론 경험에서 얻어진 것들일 것이다. 아이들도 자연에서 그렇게 여러 계절이 오고 가고 하는 것을 경험하다보면 계절이 바뀌는 징후를 조금은 알아차릴 수 있을까 기다려 본다.

근래 겨울이 겨울답지 않게 따뜻했다. 열두 달 어린이 농부학교 한 뼘 논에 물을 가둬두고 얼음이 얼길 기다린다 했더니 경기도 화성분이 이렇게 말한다. “얼음이 얼긴 얼어요?”하고... 나 역시도 제발 얼음이 얼어주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물을 가둬놨지만 겨울이 다 가도록 얼음이 안 얼어 시무룩 했는데, 다행히 겨울 끄트러미에서 겨울다운 추위에 얼음이 얼었다. 눈도 많이 왔다. 추운 겨울에 아이들은 더 즐거워 했다. 무덤가 산비탈에서 비료부대 타고 내려오는 눈 썰매, 논 바닥 얼음 판에서 내 손으로 지쳐 움직이는 얼음 썰매는 또 어떻고. 그렇게 아이들은 추운 겨울을 신나게 밖에서 놀았다.

 

그리고 이제 새로운 계절을 맞는다.

“애들아 봄이 어디만큼 왔을까? 우리 한번 봄을 찾아나서볼까?”

아이들과 함께 하는 봄 마중 길엔 두 계절이 함께 한다.

그늘진 산 기슭에 남아 있는 눈, 응달진 논 둑과 밭 머리에 꽁꽁 언 땅, 그런데 햇빛을 많이 받는 양지바른 곳엔 땅이 질척질척거리고 얼음 풀린 개울물이 졸졸 흐른다. 그 개울가에서 봄마중 나온 또 다른 생명을 만난다. 바로 ‘버들강아지’다.

아마도 봄 꽃 중에 가장 먼저 피는 꽃이 아닐까 싶다. 시인 엄기원은 버들강아지를 이렇게 노래 했다.

 

얼음장 밑 개울물이

아직도 감기 걸린 날

“봄이

어디쯤 올까?”

털모자 쓰고 나와

먼곳을 바라보는

버들강아지

 

이 추운 겨울에 보송보송 털모자를 쓰고 나온 이 꽃을 보고 아이들은 말한다. ‘엄마 같다’ ‘강아지 같다’ ‘부드럽다’ 등등... 생물학적으로 엄밀히 말하면 버들강아지는 갯버들(버드나무과 Salix gracilistyla)의 꽃이삭이다. 버드나무 종류로는 버드나무 능수버들 용버들 왕버들 호랑버들 갯버들이 있다. 다 물을 좋아 해 큰 개울이나 호숫가에서 많이 자란다.



 

우리 아이들이 만난 버들강아지는 파주생태교육원 산 기슭에 흐르는 작은 개울가에서 자라나는 갯버들이다. 갯버들은 뿌리 근처에서 많은 가지가 나오고 어린 가지에는 부드러운 털이 빽빽이 나지만 점차 없어진다. 암수 딴 그루로 이른 봄에 잎보다 먼저 묵은 가지에서 꽃이 핀다. 이 꽃이 우리가 말하는 ‘버들강아지’이다.

 

잎은 어긋나고 거꾸로 된 피침형~넓은 피침형이며 가장자리에 잔톱니가 있다. 잎 앞면의털은 없어지고 뒷면의 융단 같은 털은 빽빽이 나서 흰빛을 띤다. 열매는 원통형이다. 꽃말은 친절, 자유, 포근한 사랑이다. 꽃은 꽃꽂이에 흔히 쓰이며 가지와 잎은 가축의 먹이로 쓰이기도 한다.

 

옛 어른들이 이가 아프거나 할 때 이 버들잎을 씹어 통증을 가라 앉혔다고 한다. 그런데 실제로 버들잎에서 아스피린의 주성분인 아세틸살리실산이 추출됐고, 그것을 1899년 바이엘사가 상용화해서 지금까지 해열 진통제로 이름을 떨치고 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한번 버드나 잎을 살짝 씹어 보았는데 역시 그 맛이 쓰다.

 

버드나무 가지는 인디언들이 만드는 드림캐처의 원 재료이기도 하다. 가지가 길게 늘어지고 부들부들해 잘 구부러져서 둥글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난, 그 버들강아지의 긴 가지를 골라 아이들 머리에 화관을 만들어 씌우는 놀이를 한다. 우리나라에선 그 버드나무 가지로 채반이나 소쿠리를 만들기도 했다.

 

버들강아지가 만개하고 잎이 돋을 즈음이면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비틀어 속을 빼고 끄트머리 겉 껍질을 살짝 벗겨 입술로 물고 바람을 불어내면 버들피리가 된다.

 

그러다 바람에 잎이 떨어지면 모아서 교육원에 있는 산양한테 먹이로 준다.

이렇게 버들강아지는 자연의 놀이터에서 봄을 알리는 전령으로 아이들과 만난다.

버들강아지가 다 피기전에 아이들 손을 잡고 개울가 둑길을 걸어보길 권한다.

훈훈한 봄바람을 맞으며...



 

#6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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